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이듦과 부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까를 많이 생각했다.
20살 차이가 나는 권율박사와 그의 아내.
분명 그때... 둘이는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을테고
그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겠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을 잃고 또 나중에 뱃속의 아이를 유산한
부부는 그렇게 멀어져간다.
-- 얼마 안있으면 남편이 들어올 것이다.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
혼자 있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다니...
-- 체취.
아, 이 남자의 체취! 어둠 속이라 체취가 유난히 더 강하게 느껴졌다.
치약과 비누 냄새마저도 역겨웠다. 동시에 불을 끄기 직전에 보았던
남편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아까는 무심코 지나친 남편의 후줄근한몸도
떠올랐다. 등이 굽어 그야말로 노인처럼 보이는 쇠꼬챙이 같은 몸.
면 트레이너로 가려져서 주름과 핏줄 따위는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톡 치면
금세 바스러질 것 처럼 부실한 다리....
아내에게 연하의 남자 친구가 생겨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사람이 싫어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도 옆에서 쩝쩝 거리며 밥 먹는 것도
미치게 소름끼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죽하면 50대 가정주부가 여고동창에 나갔다 와서 3박 4일을 울었다고 한다.
남편이 왜 우느냐고 물어보니 "나만 남편이 있잖아...."했단다.
웃기라고 한 이야기 라지만 사실 씁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싱글 침대 두개를 두고 따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서로에게 편하다고 할까?
흔하지는 않지만 금슬 좋은 노부부들을 볼때마다 그렇게 늙어가야지
했던때도 있었다.
근데... 사람에게 권태로움은 그것마저도 앗아갈까?
이제 겨우 10년 남짓을 산 나에게는 책에서 나온 남편을 묘사하는부분에
충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혁명"보다는 한쪽이 먼저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이 더
가깝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름다운 아가씨의 연애 이야기를 재미있게 쓴 것이라 생각했던
책 제목은 그런 나의 기대를 여지 없이 무너뜨렸지만
간만에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고
나의 부부관계도 점검해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실패한 혁명에 바치는 가장 실패한 혁명의 이야기
키보드 혁명가 들이 펼치는 위대하고도 평범한 혁명이 시작된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기치로 내건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김연경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 카페의 회원 다섯 명의 활동은 거창한 기치와는 상관이 없다. 키보드 혁명가 에 지나지 않는 이들에게 혁명은 필요하지 않으며, 이들의 삶은 역사의 종언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이전 세대의 가슴을 뛰게 했던 뜨거운 혁명의 문구들이 ‘키보드 혁명가’들의 자판 놀음 아래, 조회 수마저 저조한 인터넷 카페 게시 글로 화석화되는 지점에서 저자가 장난기 넘치는 음성으로 내어 놓는 대답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모범적인 부르주아 가정의 구성원과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는 시대착오적 기치를 내건 인터넷 카페 회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불가코프의 현란한 풍자 소설을 연상시키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갈수록 꼬여만 가는 상황들을 쉴 새 없이 터뜨리며 역설적으로 ‘우리 삶의 범속함’을 극대화시켜 보여 준다. 일상이 통속으로 화하는 순간, 우리는 곧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혁명을 꿈꾸게 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슬플 정도로 통속적인 우리의 일상은 소설 속 혁명의 시제가 현재진행형 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밝고 가벼운 문체와 장르 문학의 속도감을 빌려 흡인력 넘치는 사건 구성 을 전개하는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통해 우리의 삶의 지경을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부
칸트, 꽁치, 딸기
연탄과 피아노
나는 나를 책형에 처한다
아케이드의 잔해
망각의 저편
베로니카 혹은 베로니크
2부
일상의 당혹
망각의 접점
별들이여, 빛을 감추어라
전야
호랑이 자명종
3부
땡감은 떫다
일상의 축복
에필로그
작가의 말
작품 해설 ㅣ 혁명이 필요하지 않은 이들은 누구인가 _ 이수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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