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작가인 말런 제임스의 범죄소설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는 범죄 느와르 형식을 띤 소설이다. 1976년부터 1991년까지 15년 동안 밥 말리를 중심으로 한 자메이카를 주배경으로 해서 냉전시대의 미국 CIA의 테러를 다룬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좀 뒤져보니까 등장인물만 75명이라고 한다. 실제 주요화자만 보더라도 10명 이상 (이것도 찾아보니 정확히 13명이라고 함...)이여서 다중화자의 관점을 쫓아가다 보면 정신이 없다. (물론 내용 정리도 잘 되지 않아서 초반에 가독성이 떨어진다). 소설의 중심 사건은 단연 1976년 12월3일에 일어난 ‘밥 말리 암살 미수 사건’이 있다. 2권에서는 자메이카를 벗어서 미국 뉴욕에서 일어나는 자메이카 갱들의 폭력, 마약사건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이 책은 냉전시기 미국이 중남미 아메리카에 저질렀던 각종 테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사실 읽을수 있다. 자메이카가 공산화 되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 CIA의 음모는 자메이카내의 좌파와 우파간의 갈등을 악화시키고.. 양쪽에 무기 공급으로 인해서 폭력은 훨씬 더 극단적으로 나아간다 (먹을것과 입을 것은 없는데 무기와 마약만 넘쳐나는 게토). 역자가 뒤에서 밥 말리의 살인사건 외에도 많은 사건들이 실제 사건이나 아니면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고 하는데, 아마도 자메이카 갱들이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내용,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마약이 자메이카와 같은 중간 기착지를 거쳐서 미국으로 운반된다고 하는 내용은 아마 상당부분 사실에 기반을 둔 듯하다. 이 책의 아이러니라면 내용이 상당히 폭력적으로 욕과 섞어서 거칠게 표현되어 있어서 이 내용이 진실일까 의심이 든다는 점이다 (우리가 언론에서 듣는 내용은 우리가 이해할 정도로 순화되어서 내용이 상당히 축소되어 알려진다). 밥 말리가 자신을 살해한 자를 실제로 보았으면서도 그를 차마 기소하지 못하는 것이며, 폭력으로 얼룩진 사회를 평화로운 사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 (평화 콘서트)을 방해하려는 CIA세력... 인간에게는 폭력이 일상적인 일이고, 평화는 감추어지는 것일까...미국의 악한 측면에 대한 신랄한 냉소 인간의 폭력을 드러낸 괴작이다.
78번 거절당했던 소설가, 영미권 최고 문학상 맨부커상 받다!토의 시작 2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수상작 결정!맨부커상 46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형식실험 75명의 등장인물, 13명의 내레이터폭발할 듯한 에너지와 매혹적 섬세함의 공존압도하는 구술 서사의 대향연 역사는 사건 중심으로 서술된다. 그 서술엔 사건 발생 일시日時가 있고, 그에 연루된 인물들이 있다. 숫자와 인물. 극도로 추상화된 개념으로 정리되어 남는다. 때문에 역사의 시선에서 보면, 사건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재는 이와 다르다. 사건은 실체가 없다. 사건을 겪어내는 인물들이 있을 뿐이다. 인물은,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의 복잡하고도 불가해한 삶을 꾸려가는 가운데 사건을 맞닥뜨리는 것뿐이다. 많은 이들의 삶이 특정 시점에 겹겹이 교차되고 수렴되는 지점이 사건이고, 그래서 현실과 삶의 시선으로 보면 사건은 필연보다 우연의 성격이 짙다.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는 이러한 맥락으로 봤을 때 ‘밥 말리 살해 기도’라는 1976년 12월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되 인물 중심, 즉 삶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었다. 총 13명의 화자가 일곱 건의 살인과 연루된 자신의 삶을, 그 사건이 지나고 나서도 기어이 이어지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이다. 작가는 오롯이 화자의 발화만으로 소설을 엮었다. 독자들은 화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연과 우연이 만나 어떻게 필연과 역사를 만들어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976년 12월 2일, 사건이 있기 하루 전의 일이 소개되는 1부, ‘밥 말리 살해 기도’사건 당일인 1976년 12월 3일을 다룬 2부, 그로부터 3년 뒤인 1979년을 배경으로 한 3부, 9년 후인 4부, 5부에선 15년 후인 1991년을 사는 인물들을 담았다. 인물들은 ‘사건 발생’의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고 있다. 그건 우리의 삶이 굴러가는 방식이고 존재하는 방식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